금빛 종소리

🔖 워튼은 자신에게 부여된 감옥 같은 삶의 벽을 탈옥수처럼 매일 조금씩 펜으로 긁어 내듯이 글을 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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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삶은 죽음 다음으로 가장 슬픈 것이다. 그러나 언제나 가 볼 새로운 나라, 읽을 새로운 책(나의 경우, 바라건대 쓸 책), 놀라고 기뻐할 수천 가지 매일의 경이가 있다.” 그는 날마다 글을 쓰면서 조금씩 더 살아갈 용기를 얻었고 삶의 단계마다 마주한,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 질문들에 스스로 답하는 작품들을 써 나갔다.

🔖 자유와 복종은 언뜻 모순되는 가치처럼 보이나, 사실상 서로의 테두리를 긋고 또 지워 버리는 한 몸과도 같다. 복종이라는 울타리가 없이 자유는 성립하지 못하며, 그 울타리를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또한 자유의 일이다. 자유와 복종의 관계는 제 꼬리를 문 뱀과도 같다. (...) 나는 책에 대해서 더 자유롭고도 동시에 더 복종적이기를 원한다. 내 멋대로 읽고, 다독을 그리 예찬하지 않고, 마음에 안 들면 함부로 던져 버리고, 책과 다른 미디어를 구분 짓지 않고, 즐거움만을 취하고 싶어 하는 동시에, 책만이 주는 안도감과 신비를 굳게 믿고, 더 많은 책으로 내 삶을 물들이기를 원하고, 마지막 장을 덮으며 어쩔 줄 몰라 책을 꼭 끌어안았던 기억을 깊이 간직하고, 인생의 많은 시간을 바쳐 재미없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 책들을 수행자처럼 묵묵히 읽어나가는 내가 공존한다.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그러하듯, 이 자유와 복종의 순환이야말로 성장의 토대다. '멍에를 스스로 만들어 걸치는' 행위는 자신에게 과제를 부여하고 그것을 이행하며 자신을 단련해 나가는 마음가짐을 말한다.

🔖 그가 떠나온 수많은 배역들 - 에스파냐의 정원에서 뛰놀던 튼튼한 어린아이, 어깨에서 눈송이를 흔들어 떨어뜨리며 천막 안으로 들어서는 야심찬 사관, 한 주검의 가슴 위에서 울부 짖고 있던 남자 -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 안에 남아 있기도 하다. 또한 지칠 줄 모르는 여행자로서의 배역도 움직일 수 없는 병자의 내부에 갇혀 있는 것이다. 그래서 황제는 죽음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. 죽음은 하나의 출발이므로.